이석증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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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은 내이의 전정기관에 위치하는 이석이 원래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을 자극하면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머리를 움직일 때 갑자기 주변이 빙빙 도는 것 같은 급성 현훈(현기증)이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이석증은 급성 어지럼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입니다.
- 이석증이란?
주변이 갑자기 빙빙 돌거나 흔들리는 증상을 급성 현훈 또는 현기증이라고 하는데, 급성 현훈은 많은 경우에서 뇌보다는 귀의 문제로 인해 발생합니다.
귀의 문제로 급성 현훈이 나타나는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이 이석증으로, 100명당 2~3명이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질환입니다. 이석(otolith)은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내이의 구조물로서, 이석의 일부가 원래 위치인 전정기관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가 반고리관을 자극하면 급성 현훈이 발생하는데 이를 이석증(otolithiasis)이라 하고, 특징적인 증상에 따라 양성돌발체위현기증(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 이석증의 원인
귀는 귓바퀴와 바깥귀길(외이도)로 구성된 외이, 고막과 귓속뼈(이소골)로 구성된 중이, 그리고 사람의 머리뼈 안에 위치한 내이로 구성됩니다. 이중 내이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정기관은 인체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그 정보를 중추신경계로 전달해서 사람의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합니다. 전정기관은 수평 및 수직 운동을 감지하는 이석기관 2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이석기관에 수많은 이석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석은 크기가 굉장히 작은 칼슘 결정으로, 평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구조물입니다. 이석기관에는 직선 감각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분포하는데, 이석은 이러한 이석기관의 벽에 붙어 있으면서 머리나 몸의 움직임이 있을 때 같이 움직이면서 감각세포를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석이 없으면 인체가 균형을 잡는 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이석의 일부가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서 회전감각을 느끼는 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으며, 이를 이석증이라 합니다. 이 경우 머리를 움직일 때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간 이석도 같이 움직이면서 반고리관을 자극하는데, 이때 현훈이 생기는 것입니다.
- 이석증의 증상
이석증이 있는 경우 대개 누울 때, 또는 누웠다 일어날 때, 누워서 고개를 돌릴 때, 고개를 숙이거나 들 때 갑자기 주변이 빙빙 도는 것 같은 급성 현훈이 발생합니다. 심한 경우 구역, 구토가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돌아눕는 경우처럼 대개 누운 상태에서 자세를 변경할 때 많이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석증에서는 현훈과 어지럼 외에 청각 이상이나 다른 증상은 동반되지 않습니다.
반면 뇌, 소뇌, 뇌간 등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어지럼은 거의 대부분에서 심한 두통, 감각 이상, 팔다리 마비, 발음 이상, 연하 곤란(음식 삼킴장애),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 걸음걸이 이상과 같은 여러 신경학적 증상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이 동반되고,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서 있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이석증의 진단
이석증은 기본적으로 증상을 유발해 진단합니다. 즉 이석증이 의심될 때는 환자를 눕히거나, 누웠다 일으키거나, 혹은 누워서 고개를 돌리게 하면 현훈과 함께 눈이 제멋대로 튀는 안진(nystagmus)이 나타나게 됩니다. 안진은 반고리관이 자극을 받으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눈이 일정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튀기 때문에 환자는 주변이 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유발검사에서 현훈과 특징적인 안진이 나타나면 이석증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석증은 반고리관 3개 중 어느 곳에 이석이 위치하는지에 따라 앞반고리관 이석증, 외측반고리관 이석증, 뒤반고리관 이석증으로 나뉩니다. 또 이석이 단순히 반고리관 내에 부유하는지 아니면 반고리관 감각세포 쪽에 붙어 있는지에 따라 반고리관 이석증과 팽대부릉 이석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이석증의 치료
이석증은 반고리관 안으로 흘러 들어간 이석을 원래의 위치인 이석기관 쪽으로 빼주면 치료됩니다. 즉 반고리관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머리를 움직여 이석을 빼주는 치료를 시행하는데, 이를 이석정복술이라고 합니다. 이석이 들어갈 수 있는 반고리관은 좌우에 각각 3개씩 있으므로, 총 6군데에서 이석증이 발생할 수 있고, 어디에서 이석증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이석정복술의 방법이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이석증이 의심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이석증이 발생한 위치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이석정복술을 받아야 합니다.
대개 한두 번의 이석정복술로 대부분의 이석증은 쉽게 치료됩니다. 간혹 회전성 어지럼이 없어진 후에도 약한 어지럼이 한두 달 정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서서히 호전됩니다. 반면 이석기관에 있는 수많은 이석은 언제든지 제자리를 이탈해 반고리관으로 흘러갈 수 있으며, 치료가 잘되더라도 약 30%에서 재발할 수 있습니다. 재발한 경우에도 이석정복술에 의해 대부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 비타민D 부족, 머리에 외상을 입은 과거력이 있는 경우, 또 메니에르병이나 돌발성 난청 등과 같이 내이 평형기관의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 동반된 환자들은 이석증 치료 기간이 길어지거나 더 잘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석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다만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는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고,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는 햇볕을 자주 쬐거나 비타민D를 복용하는 것이 재발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성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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