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핵항산균 폐질환 

 Nontuberculous mycobacteria, NTM 


  •  비결핵항산균이란? 

항산균(마이코박테리아, mycobacteria)이란 산(酸)을 견디는 막대기 모양의 세균 집단입니다. 항산균 중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나머지를 ‘비(非)결핵항산균’이라고 하며, 이 균들에 감염되어 폐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병을 비결핵항산균(Non-Tuberculous Mycobacteria, NTM) 폐질환이라고 합니다. 비결핵항산균은 현재까지 약 200여 종이 알려져 있고, 이 중 몇 가지가 인체에 감염됩니다. 주로 폐질환을 일으키지만, 드물게 림프절염, 피부질환, 파종성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비결핵항산균은 토양, 강물, 수돗물 등 우리 주변의 일상 환경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환경에 존재하는 비결핵항산균이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와 폐질환을 일으키며, 흔한 감염원으로는 샤워기, 분무기, 실내 수영장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균에 노출된 모든 사람에게서 폐질환이 발병하는 것은 아닙니다.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는 경우, 기관지확장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같은 만성 폐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결핵항산균에 감염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증상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기침, 가래, 객혈, 체중 감소, 전신 피로 등입니다.


  •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검사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검사는 가래검사입니다.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가래에서 같은 종류의 비결핵항산균이 2번 이상 배양되고, 흉부 X-ray나 CT 검사에서 영상 소견이 합당할 때, 증상의 여부까지 종합해 진단합니다.
한편 비결핵항산균은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에 흔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정상인에서도 검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결핵항산균에 실제로 감염된 것인지, 단순한 오염균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균이 거듭 배양되어야 원인균으로 진단하므로 수개월간 가래검사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치료

특이하게도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진단 후에도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환자의 흉부 사진을 살펴보면 변화 속도가 매우 느리고, 일부에서는 병이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평가하기 위해 충분한 추적 관찰 기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령인 환자가 많고, 보통 1년 이상 장기간 투약을 해야 하므로 약제의 부작용과 약제를 사용해 환자가 얻는 이득을 고려해 투약 시작 시기를 결정합니다.
치료를 위해 가래검사에서 배양된 비결핵항산균의 종류와 약물 감수성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최소 3-4종류의 항생제를 병합해 투약합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가래배양검사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은 이후에도 최소 12개월간 더 치료하는 것이 권장되므로, 보통 18-24개월 정도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치료 중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며, 증상이나 폐 손상이 심한 환자는 치료 초기부터 주사제를 포함한 병합 항생제 치료와 폐절제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원인 균주에 따라 사용하는 약제가 다릅니다.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마이코박테리움 인트라셀룰라레에 의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마크로라이드를 기반으로 한 경구 항생제를 주로 사용합니다.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 마이코박테리움 마실리엔스가 원인균일 때는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항생제와 정주용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치료 초기에는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2-3가지의 정주용 항생제를 사용하고, 이후에는 경구용 항생제를 충분한 기간 유지합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감염성 질환이므로 항생제를 사용해 장기간 치료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이 잦아지면서 비약물적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영양 상태 개선, 꾸준한 운동, 환경인자 관리 같은 비약물적 치료는 환자의 의지와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환자를 위한 운동으로는 호흡재활과 기도 청소 요법(airway clearance therapy)이 중요합니다.
한편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 성적은 기대만큼 높지 않습니다. 1년 이상 항생제를 투여했을 때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마이코박테리움 인트라셀룰라레에 의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약 60%,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에 의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약 45%의 치료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복합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했는데도 치료 성적이 저조한 것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폐 염증의 진행을 최소화함으로써 현재의 폐 기능을 최대한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함께 증상을 완화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재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10-40%에서 재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받은 환자의 48%에서 재발했으며, 유전자 분석 결과 재발환자의 75%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균의 감염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상 환경에서 비결핵항산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재발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로는 비가역적인 구조적 폐질환이 남아 있는 경우, 치료 성공 후에도 비결핵항산균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이 유지되는 경우, 면역 저하 같은 위험요인이 지속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치료를 돕는 주변 환경 관리

비결핵항산균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균이므로 여러 환경 인자들이 발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샤워 시 발생하는 에어로졸, 분무기 사용, 잦은 공중목욕탕 이용, 실내 수영, 원예 활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모든 감염원을 실생활에서 완벽하게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실천 가능한 수준에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샤워기를 주기적으로 세척 또는 교체하기
- 샤워 시 욕실을 충분히 환기시키기
- 공중목욕탕 이용과 실내 수영 삼가기
- 음용수는 10분 이상 충분히 끓여서 마시기
- 흙먼지, 원예 활동 피하기
- 불가피하게 원예 활동을 해야 한다면 물을 뿌려 흙을 축축하게 만들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기


<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박영목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