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Dengue fever


  • 뎅기열이란?

뎅기열은 뎅기바이러스에 의한 열병으로, 적도를 중심으로 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널리 분포합니다. 연간 약 3억 9천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모기 매개 바이러스 질환이며, 전 세계에서 약 25억의 인구가 뎅기열 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그리고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하며, 토착화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뎅기열 매개 모기가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어서 산발적 유행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국내 뎅기열 발생 추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8월 1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었으며, 해외 유입 법정 감염병 통계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뎅기열이 가장 많이 신고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포털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국내 뎅기열 신고 건수는 9건이었으나, 2010년 125건, 2015년 255건, 2019년에는 273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최근 5년간 국내 뎅기열 환자는 모두 해외 유입 사례이기 때문에 뎅기열 토착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 수에 따라 변동됩니다. 여행자가 많은 1-2월과 7-9월에 신고 건수가 증가합니다.
2016-2020년 질병관리청 통계 자료에 따른 국내 뎅기열 환자들의 추정 감염 지역을 대륙별로 살펴보면 동남아시아가 88%로 가장 많았고, 남아시아 10%, 아메리카 0.5%, 오세아니아 0.5%, 아프리카 0.3%를 기록했습니다. 국가별로는 필리핀 방문 후 감염된 사례가 29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순입니다. 국내 뎅기열 환자들의 추정 감염 지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남아시아 : 필리핀, 베트남,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캄보디아
- 남아시아 : 네팔, 동티모르, 몰디브,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 남아메리카 : 브라질, 트리니다드, 토바고, 파라과이
- 오세아니아 : 바누아투, 북마리아나제도,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피지, 마셜제도
- 아프리카 : 가나, 말라위, 탄자니아
- 중앙아메리카 : 과테말라, 멕시코


  • 뎅기열의 증상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 중 약 75% 정도가 무증상이며,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비특이적인 급성 열성 증상이 나타납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서는 잠복기가 3-14일로, 일반적으로는 4-7일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비교적 가볍게 앓고 회복되지만, 전체 뎅기열 환자 가운데 약 5%는 혈장 누출에 의한 혈액 부족과 쇼크가 발생하는 중증 뎅기(severe dengue) 감염증으로 진행합니다.
환자들은 두통, 안와 통증, 근육통, 관절통, 반점 구진성 발진, 출혈성 반점, 자반병, 구강 출혈 등을 포함한 미약한 출혈 증상을 보입니다. 열이 내리고 발열기가 끝나는 시점 전후로 지속적 구토, 극심한 복통, 점막 출혈 소견이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시기에 회복되지 않고 출혈이나 호흡곤란, 저혈량 쇼크, 혈구수 증가를 동반한 급격한 혈소판 감소와 같은 중증 뎅기 감염증 경계징후가 나타나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뎅기열의 치료와 예방

안타깝게도 뎅기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도 대증적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중증 뎅기 감염증 경계징후가 있을 때 적절한 수액치료가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므로 대증적 치료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뎅기열 위험 지역을 방문할 여행자들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입니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와 달리, 뎅기열을 매개하는 숲모기는 적극적으로 사람을 흡혈하는 습성이 있고, 주로 낮에 흡혈합니다. 그러므로 활동량이 많은 낮에도 반드시 모기기피제를 바르거나 뿌리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의류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기기피제는 DEET(diethyltoluamide) 성분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추천되고, 땀 등에 의해 희석될 수 있으므로 3-4시간 간격으로 다시 피부에 뿌리거나 발라줘야 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