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고혈압

Pulmonary hypertension


  • 폐동맥고혈압이란?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들어가는 혈관인 폐동맥이 좁아지고 압력이 증가하는 상태를 말하며, 국내에 약 5,0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대표적 희귀난치성 질환입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2-3차례의 오진을 경험하며, 증상이 생긴 후 진단까지 2-3년 이상 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으며, 아예 증상을 느끼지 못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도 상당수입니다. 그러나 폐동맥고혈압은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발병 후 수개월 내에 사망하기도 하는 중증 질환이므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 폐동맥고혈압의 증상

좌심실에서 출발해 몸의 여러 부위를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 정맥피는 우심실에서 폐동맥을 통해 폐로 들어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산소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심장과 폐를 연결하는 폐동맥이 수축하거나 좁아지면 혈액의 흐름이 방해를 받고, 폐를 순환하는 혈액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혈액이 폐로부터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서 쉽게 피로해지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한 폐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심장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더 세게 움직이게 되는데, 이는 폐혈관과 심장의 압력을 높여 심장 기능을 망가뜨리며 몸이 붓고 실신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문제는 폐동맥고혈압의 증상들이 다른 폐질환 또는 심장질환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활동할 때 자주 숨이 차거나 호흡곤란, 흉통, 마른기침, 어지럼증, 실신 등을 경험하고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하고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합니다.
- 공기가 부족한 느낌, 숨이 차거나 막히는 느낌을 경험한다. 이러한 호흡곤란은 주로 활동할 때 나타나며, 심한 환자들은 식사 중 또는 후에도 호흡곤란을 경험한다.
- 활동할 때 가슴을 조이는 듯한 느낌 또는 흉통이 느껴진다.
- 일어날 때, 계단을 올라가거나 구부린 자세에서 몸을 펼 때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 뇌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기절 또는 실신하는 경우가 있다.
-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 무릎이나 다리가 자주 부으며, 부종이 생긴 곳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잠시동안 누른 자국이 남아있다.
- 마른기침이 자주 나오며, 가끔은 가래에 피가 묻어나기도 한다.
- 손발가락이 추위에 쉽게 차가워지고 퍼렇게 변색된다(레이노이드 현상).


  • 폐동맥고혈압의 원인

폐동맥고혈압은 유전, 약물이나 독소, 선천성 심장질환, 전신성 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 루프스 등 아주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되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인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는 다이어트약을 복용한 여성들에게서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해 일부 약이 판매 금지되었으며, 주로 식욕억제제 계열의 다이어트약이 폐동맥고혈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서 발병한 사례도 있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30-40대의 젊은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 폐동맥고혈압의 검사

폐동맥고혈압이 의심되는 경우 환자는 여러 검사를 받게 됩니다. 우선 1단계로 심장과 폐 사이를 연결하는 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검사와 2단계로 폐동맥고혈압의 중증도를 확인하는 검사, 3단계로 폐동맥고혈압을 유발한 원인 질환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검사로 이루어집니다.
심전도나 흉부 X-선과 같은 검사들로는 폐동맥고혈압을 진단하기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1, 2단계에서는 심장초음파와 우심도자술이 가장 널리 활용됩니다. 통증이 없고 신속하며 편리한 심장초음파는 폐동맥고혈압이 의심되면 반드시 시행하는 검사로, 처음 진단뿐만 아니라 진단받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넣어 폐동맥의 압력을 측정하는 우심도자술은 폐동맥고혈압의 유무와 중증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 가장 유용한 필수 검사입니다. 이 외에도 심장 내부 압력이 증가된 정도를 반영하는 BNP혈액검사도 있습니다.
마지막 3단계로 폐동맥고혈압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자가면역질환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등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합니다. 폐동맥고혈압은 대개 원인 질환이 있고 그로 인한 중증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인 질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여러 검사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히 수행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어서, 초기 진단 시에는 일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합니다. 폐동맥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서로 다른 치료법이 존재할 수 있으며, 한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는 특정 치료법이 다른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현재까지는 폐동맥고혈압의 표준 진료 지침이나 완치 가능한 약이 없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 시술, 수술 등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해야 하는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이 더욱 중요합니다.


  • 폐동맥고혈압의 치료

폐동맥고혈압은 최근 10년간 효과적인 약제가 많이 개발되고 수많은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서,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증상을 조절해가며 일상의 삶을 다시 누릴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에는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 포스포디에스테라제 억제제, 프로스타노이드 계열의 약물이 주로 쓰이는데,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인 1980년대에는 3년 생존율이 48%로 보고되었으나 치료제가 개발된 후로는 82% 정도로 호전되고 있습니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되어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폐동맥의 압력을 낮추기 위한 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시술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최종적으로 폐이식 수술이 필요합니다. 폐동맥고혈압은 원인 질환이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에는 심장내과를 비롯해 호흡기내과, 소아심장과, 류마티스내과,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등 관련 진료과의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협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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