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_'쌕쌕' 숨소리, 당신의 기관지는 안녕하십니까?


겨울은 천식 환자들에게 우울한 계절이다. 잦은 기침과 쌕쌕거리는 숨소리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것은 물론, 잠도 못 이루고 심하면 입원까지 한다. 올 겨울, ‘쌕쌕’이 아닌 ‘싹싹’한 숨소리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천식은 만성적인 알레르기성 염증으로 기도의 민감성이 증가하면서 기도가 좁아지는 현상이다. 좁아진 기도는 다시 확장되기도 하는데, 가역적인 기도 폐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호흡곤란, 천명, 가슴 답답함과 기침 같은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생각보다 다양한 천식의 원인 
 

천식은 선천적으로 천식 발생의 경향을 지니고 태어나는 환자들이 있어 유전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에서는 남자아이의 천식 유병률이 여자아이에 비해 2배 정도 높다가, 성장하면서 성별 차이가 점점 감소해 성인이 되면 여성의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소아 천식의 50-60%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호전되며, 나머지는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성인 때 새로 천식이 발생하는 경우도 전체 환자의 20% 정도로 관찰된다. 어릴 때부터 천식이 있었던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질환에 대해 이미 숙지하고 있어 필요할 때 관리를 잘하지만, 성인이 되어 새로 천식을 앓는 환자들은 모르고 지내는 때가 많다.

환경적 요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알레르겐은 집먼지진드기나 바퀴벌레 알레르겐, 고양이와 개의 비듬, 아스페르길루스 균사체가 대표적이다. 또 직업성 천식은 작업 환경에서 노출되는 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농업, 농장일, 페인트칠, 세탁일, 플라스틱 제조 등은 직업성 천식 발생 위험이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그리고 비만도 천식 발생의 위험 인자에 포함된다.

자신의 증상을 자세히 알리고 맞춤치료 받아야 
 

천식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임상 증상이므로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자세하게 알려야 한다. 객관적인 방법으로는 폐기능을 측정해 공기 흐름에 제한이 있는지를 평가하고, 이러한 기도 폐쇄가 다시 완화되는지(가역성) 또 완화가 된다면 그 변동 폭이 얼마나 되는지를 관찰해 진단한다.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폐기능이 정상이라면, 인위적으로 기도를 자극해 기도폐쇄를 유발시키는 검사를 시행한다. 또한 천식을 일으키는 원인을 평가하기 위해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천식은 현재 증상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 치료받은 적이 있는지, 현재 폐기능은 어떠한지 등을 고려해 천식의 조절 정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약물치료를 결정한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혈당 수치에 따라 약물을 조절하는 것과 비슷하다.

천식을 치료하는 약물에는 흡입 약물과 먹는 약물이 있는데, 흡입 약물이 천식 치료에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기관지에 직접 약이 전달되어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흡입 약물로는 천식 조절제와 증상 완화제가 있다.

천식 조절제는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천식 발작을 예방하며, 특히 기관지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기도변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각적인 기도 확장을 일으키지 않아 증상 완화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지만,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증상 완화제는 증상이 갑자기 심해졌을 때 응급약물로 사용하는데 증상 완화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반면, 근본적인 치료 약물은 아니기 때문에 증상 완화제만 계속 사용하면 천식은 계속 악화된다.

천식은 증상이 좋아졌다고 병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에 걸쳐 관리하고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다. 현재 증상이 호전되었어도 실제로 기관지에서는 염증이 지속되고 있어 치료를 중단하면 염증이 악화되고 증상이 다시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관지 염증이 지속되면 기관지 변형을 초래해 폐기능을 더욱 떨어뜨리고 이후에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되므로, 치료의 중단은 본인이 결정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완벽한 예방법은 없지만 다양한 위험인자들을 조심할 것!

천식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발생하고 그 과정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어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식 환자에게 ‘방아쇠 인자’라 불리는 알레르겐, 바이러스 감염, 대기오염, 약제 등 다양한 위험인자에 의해 천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인자들에 대한 노출을 피해 천식을 조절하고 약제 요구량을 줄여야 한다.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와 같은 알레르겐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은 좋은 예방법이지만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수 베개 커버, 매트리스 커버, 공기 청정기, 특수 진공 청소기 등 값비싼 좋은 물건들로 집안을 깨끗이 하더라도, 완전한 무균 상태를 만들지 못하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알레르겐에 의해 천식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기가 산전과 산후에 담배 연기에 노출되면, 폐 발달에 영향을 끼쳐 천식의 발생 빈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금연이 강력히 권고된다. 또한 천식을 악화시키는 원인인 독감과 폐렴의 예방을 위해서 독감과 폐렴구균의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TIP) 이런 증상들이 있다면, 천식을 의심해보세요! 

1.  밤에 숨이 차거나 심한 기침으로 잠에서 깬 경험이 자주 있다.
2.  기침 감기가 자주 오고 한 번 걸리면 1개월 이상 오래 지속된다.
3.  감기약이나 혈압약 복용 후 숨이 가빠져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4.  운동 시 혹은 끝나고 난 뒤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5.  추운 날 외출하면 기침이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6.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있다.
7.  자주 눈이 가려워 비비는 증상 또는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등이 있다.
8.  가족 중 위와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다.
9.  과거 천식으로 진단 받은 적이 있다.


출처 월간 <세브란스병원> 2012년 12월호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지예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포토그래퍼 최재인 스타일링 최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