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_결핵 예방에는 건강한 몸 상태가 최고
결핵은 아주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혀왔다.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었지만 결핵균의 공격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완치될 때까지 약을 잘 챙겨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석기 시대 사람의 뼈에서 척추 결핵의 흔적이 확인될 정도로 결핵은 인류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1882년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한 이래, BCG 백신이 개발되고 최초의 항결핵제가 등장함으로써, 결핵과의 오랜 전쟁은 인류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핵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성공적으로 결핵을 감소시켜, 활동성 폐결핵 환자 유병율이 1.0%로 낮아졌다(1995년 기준). 하지만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아직도 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결핵균은 우리 몸 어디든 공격한다
결핵은 결핵균이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결핵 환자의 기침으로 배출된 결핵균이 공기 중에 있다가, 주위 사람들이 그 공기로 숨을 쉬면 폐로 들어가 전염이 발생한다. 이때 폐로 들어온 결핵균이 증식하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결핵이다. 결핵은 대부분 폐에서 발생하지만(폐결핵), 실제로는 우리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림프절에서 발생하면 림프절 결핵, 척추에서 발생하면 척추 결핵이라고 부르며, 이같이 폐 이외의 장기에서 발생한 결핵은 폐외결핵이라고 말한다.
결핵균이 폐로 들어왔더라도 면역에 의해 결핵균이 제거되면 결핵균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 또 결핵균에 감염되었어도 면역 기전에 의해 결핵균이 억제되어 증식을 못하면 염증과 증상이 없으면서 결핵 감염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나는 잠복결핵 감염도 있다. 잠복결핵 감염 상태에서 면역 기전이 약해진 10% 정도의 정상인들에게 평생에 걸쳐 결핵이 발생하게 되는데, 보통 감염 후 2년 내에 5%, 그 이후 평생에 걸쳐 5%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침, 객담, 미열, 식은땀, 체중 감소, 피로 등 결핵의 증상은 아주 다양하지만, 아무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인 기침은 감기나 천식, 기관지염 등에서도 관찰되므로 증상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그래서 종종 건강검진을 하다가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우연히 결핵이 발견되기도 한다. 폐외결핵은 결핵이 생긴 장기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며, 장결핵은 설사와 복통이, 척추 결핵은 요통이 있을 수 있다.
내성에 강한 결핵균, 뿌리 뽑는 치료가 중요하다.
폐결핵이 의심되면 우선 흉부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다.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도 의심이 되면 결핵 확진을 위해 가래로 결핵균 검사를 시행한다. 흉부 방사선 검사 소견으로 결핵 가능성이 크거나 적다고 판독할 수 있지만 확진할 수는 없다. 과거에 결핵을 앓은 흉터, 폐암, 폐렴을 결핵으로 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래 검사는 2-3회 반복해 시행할 때 결핵균 검출 가능성이 높으므로 여러 번 하는 것이 좋다. 활동성 폐결핵임에도 불구하고 가래에서 결핵균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때에는 기관지 내시경 검사나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 등의 추가 검사를 한다. 그러나 결핵균이 검출되지 않아도, 흉부 방사선 소견과 임상 소견상 결핵 가능성이 크면 결핵으로 잠정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해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결핵 치료는 최소 6개월 동안 결핵약을 복용해 결핵균을 모두 살균하고 완치에 이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결핵균은 아주 서서히 자라고, 결핵약에 대한 내성이 잘 생긴다. 따라서 한두 가지 약으로 치료하면 약제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크므로 보통 4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한다. 또 2-3개월만 결핵약을 복용하다가 조기 중단하면 기존에 쓰던 약에 내성이 발생해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약 중단 시기는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BCG는 우형 결핵균을 약화시켜 개발한 백신이다. 신생아 때 BCG 백신을 맞으면 결핵균에 대한 면역세포가 체내에 형성되어 있다가 나중에 결핵균이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결핵균을 제거한다. 우리나라는 생후 1개월 이내의 모든 신생아에게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BCG 백신의 결핵 예방효과와 안전성은 입증된 것으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결핵 예방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백신의 결핵 예방 효과가 소아 때 제일 크고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므로 BCG 백신을 맞아도 결핵에 걸릴 수 있다. 또 잠복결핵 감염 상태인 사람의 폐 속에는 소수의 결핵균만 존재하므로 보통의 결핵 치료와 달리 한두 가지 결핵약을 수개월간 복용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결핵 유병율이 높아 본인도 모르는사이 결핵균에 감염되기도 한다. 기침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결핵 검사를 받아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결핵균 전염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결핵균에 감염되면 개인의 면역 상태 저하가 발병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평소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한다.
출처 월간 <세브란스병원> 2013년 1월호
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강영애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포토그래퍼 지한비 스타일링 최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