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경련

눈 주변이 떨린다고?

문제는 뇌혈관    

사람의 첫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얼굴. 얼굴에 뾰루지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 만날 때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그런데 눈가가 떨리고 얼굴이 온통 일그러진다면? 생각만 해도 겁나는 안면경련, 쉽게 고칠 수 있을까?



40대 사무직 여성 A씨는 3년 전부터 얼굴 한쪽에 떨림 현상이 나타나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 눈 주변이 떨리기 시작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와 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특히 작년부터는 근무 중 눈가의 떨림과 함께 입술이 같이 위로 딸려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반측성 안면경련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반측성 안면경련 환자는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3,000명 이상이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발병 연령대도 3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중장년층의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사회적 스트레스와 고혈압 등이 주된 악화 요인일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수술 치료가 성공률 높고 재발률 낮아  
 


반측성 안면경련은 안면신경을 지배하는 영역의 근육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간헐적, 돌발적으로 수축을 일으키는 운동기능항진 증상을 말하며, 뇌의 병변으로 발생하는 다른 질환과는 임상적인 양상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질병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 자체가 환자의 생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러나 환자의 대부분은 안면경련 증상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대한 공포, 두려움 등이 발생하고 점차 사회생활에 심각한 장애가 생겨,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정서적 후유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수면 중에도 증상이 흔히 지속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낯선 사람들과 만날 때 증상이 쉽게 악화된다. 그러나 병력의 기간이 아주 오래되거나 2차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한 환자들의 대부분은 안면신경 자체의 물리적 기능이 정상으로, 안면신경에 의해 지배되는 안면근육의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는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우리 뇌에 있는 12개의 뇌신경 중 얼굴 표정에 관련된 근육을 지배하는 7번째 뇌신경인 안면신경이 주로 신경근 기시부에서 정상 뇌혈관에 의해 압박을 받으면서 손상되어, 신경 가닥들 간에 합선 현상이 발생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주로 병력의 문진과 임상 증상의 확인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나, 뇌종양 등 각종 원인 질환에 의한 2차적 증상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뇌혈관에 의해 안면신경이 압박을 받았을 때는 압박 정도와 뇌혈관 상태 등의 파악을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이더라도 안면경련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치료에는 항경련제 등의 약물 치료와 보톡스 등의 주사 요법이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현재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이 잦다는 점 등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혈관 압박 부위에 대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안면신경 미세혈관감압술은 수술 기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다른 치료법과 달리 90% 이상의 높은 성공률을 보이며 재발도 매우 드물다는 장점이 있다.
 

     

안면경련과 혼동하기 쉬운 질환들   


반측성 안면경련은 안검근파동, 안검경련이나 틱 장애, 안면마비 후 발생한 안면 연합운동 등과 혼동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검근파동은 눈꺼풀의 반복되는 수축에 의해 일어나며 스트레스, 피로,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안검경련은 반측성 안면경련과 비슷해 보이지만 양측성이며 간혹 경련성 발성장애와 사경, 다른 이긴장증을 동반한다. 또한 입 주위까지 증상이 진행되기보다는 주로 눈 주위에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틱 장애도 양측성으로 나타나고 어깨나 팔 등 다른 운동 부위에 경련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안면경련과 구분되며, 마비 후 안면 연합운동은 안면경련 증상이 나타나기 전 안면마비의 기왕력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출처 월간 <세브란스병원> 2013년 6월호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포토그래퍼 최재인 스타일 최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