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올바른 수면 습관과 환경이

좋은 잠 만든다

잠 못 이루는 부엉이, 올빼미족들에게 “이 밤의 끝을 잡고”는 감미로운 노래 가사가 아니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거나 깊이 자지 못해 일상생활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밤, ‘꿀잠’ 자는 좋은 방법을 소개한다.



잠은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신체(특히 중추신경계)를 회복시켜주며, 신체가 낮 동안 생존기능과 본능적 보존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조절하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잠은 특히 신경계의 성장 및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로, 기억을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낮 동안 학습된 정보를 재정리해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재학습 및 기억시키는 기능 역시 수면 중에 이루어진다. 이와 더불어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들을 꿈과 정보 처리를 통해 정화시켜 아침에는 상쾌한 기분을 갖도록 해주는 감정조절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불면증이 있으면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또 짜증이 잘 나며 집중력이 저하되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그리고 밤이 되면 잠을 또 못 잘까봐걱정하는 일이 반복되는 불면의 시간이 계속된다.

 


불면증, 수면의 질적인 면을 공격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15-20분 안에 잠이 들고, 아침에 상쾌하게 깨어 하루 종일 졸리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 ‘좋은 잠’을 잤다고 한다. 따라서 불면증은 잠에 들거나 잠을 유지하는 것, 또는 잠의 질적인 면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즉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잠이 들기까지 30분 이상이 걸린다거나, 하룻밤에 자다 깨는 일이 5번 이상이거나, 이른 새벽에 잠이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일주일에 2-3회 이상인 경우,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에는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병적인 불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불면증은 일차성 불면증과 이차성 불면증으로 나눌 수 있다. 일차성 불면증은 뚜렷한원인 없이 생겨난 정신생리적 불면증을 말하며, 이차성 불면증은 다른 원인으로 인해부가적으로 생긴 불면증을 말한다. 이차성 불면증의 원인으로는 기분장애와 불안장애 같은 정신건강의학적인 질환과 위궤양이나 천식, 협심증 같은 신체 장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강한 통증,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수면 중 이상운동 같은 수면 관련 질환 등이 있다. 또한 입원이나 일상의 중대한 변화 등 여러 환경적 변화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불면증 진단은 먼저 면담을 통해 불면의 양상을 자세히 살펴본 뒤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질환이 있는지, 통증 조절은 잘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수면 환경과 수면 습관을 함께 평가한다. 또한 수면다원 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수면 관련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도 확인하게 된다.

불면증의 치료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이차성 불면증처럼 뚜렷한 원인이 있는 불면증은 수면다원검사나 면담을 통해 불면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 또 좋은 잠을 위한 올바른 수면 습관과 수면 환경을 만드는 수면 환경요법, 약물치료, 수면 인지행동치료를 하게 된다. 이외에도 이완 요법이나 광치료, 수면 제한 등이 있다.
 

 


좋은 습관과 좋은 잠은 함께 다닌다  
 

 


불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는 시간을 지나치게 아끼지 말고 가능한 한 자신의 수면 사이클에 맞추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또 좋은 잠을 자기 위해서는 몸의 리듬을 잘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생활과 낮 시간의 운동으로 생체리듬 균형을 맞춰주어야 한다.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평소보다 늦게 자더라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는 과식을 피하고 술이나 담배,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나 진통제 복용도 피한다. 30분 이상의 낮잠은 밤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므로 불규칙한 낮잠은 피하고 아무 때나 눕지 않도록 한다.

잠자리는 편안히 쉬거나 자기 위한 자리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이런 저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거나 내일 스케줄을 짜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걱정을 모두 털어내고, 복잡한 생각이나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잠자리는 그야말로 잠을 자는 공간으로만 이용하고, 잠을 잘 때만 침실에 들어가도록 한다. 또한 안락하고 조용하며 따뜻한 수면 환경은 좋은 잠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잠은 원한다고 해서 언제든 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잠을 내 뜻대로 조절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잠을 쫓아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잠이 오지 않아 초조할 때는 자꾸 자려고 애쓰면서 조급해하지 말고, 침실을 나와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무언가(지루한 책읽기 같은)를 해보자.

 


 

출처 월간 <세브란스병원> 2013년 7월호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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